모호한 디자인 피드백을 바로 손댈 수 있는 문장으로 바꿔 쓴 대조표
디자인 인사이트

디자인 피드백 쓰는 법 — '좀 더 세련되게' 대신 쓰는 문장 14개

By 이남훈2026-08-30

첫 시안을 받은 날 오후

발주 담당자
시안 잘 받았습니다! 근데 전체적으로 좀 밋밋한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세련되게 부탁드려요 :)
디자이너
네, 어느 부분이 밋밋하다고 느끼셨는지 조금만 더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여기서 대화가 멈춥니다. 담당자는 자기가 뭘 더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디자이너는 화면 어디를 손대야 할지 모르니 다음 시안은 결국 디자이너가 추측으로 채웁니다.

그런데 플로우웍스에 쌓인 수정 요청 본문을 열어 보면 통념과 다릅니다. 세련되게, 촌스럽다, 임팩트 같은 판단 형용사가 들어간 요청은 7.4%뿐이었습니다. 발주자들은 이미 그런 표현을 잘 쓰지 않습니다. 정작 적힌 적이 드문 항목은 따로 있었습니다.


수정 요청 2,098건에 실제로 들어 있던 것

가장 비어 있던 칸은 두 개였습니다. 화면 어디인지 말한 요청이 26.5%, 왜 바꿔야 하는지 적은 요청이 4.7%였습니다. 디자이너가 손댈 곳을 정할 때 필요한 항목입니다.

플로우웍스에서 고객사가 디자이너에게 보낸 수정 요청 본문을 열어 봤습니다. 2023년 2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쌓인 4,915건 가운데 한 고객사가 표본을 독식하지 않도록 고객사당 20건까지만 남겼더니 고객사 407곳의 2,098건이 남았습니다. 아래는 요청 본문에 각 항목이 적혀 있던 비율입니다.

수정 요청 본문에 적혀 있던 항목

고객사 407곳 · 2,098건 · 2023.02~2026.08
대상 요소 이름 (문구·색·크기 등)51.4%
첨부 파일44.5%
인사·감사 표현38.0%
화면 위치 (위쪽·N번째 등)26.5%
판단 형용사 (세련·촌스럽·임팩트 등)7.4%
선택지를 묻는 형태6.4%
바꿔야 하는 이유·기준4.7%
사과·양해 표현3.7%

보라색 두 칸이 디자이너가 손댈 곳을 정하는 데 필요한 항목입니다. 한 요청에 여러 항목이 함께 들어갈 수 있어 합계는 100%를 넘습니다.

인사와 감사 인사는 38.0%가 적었고 사과나 양해를 구하는 표현도 3.7%에 나옵니다. 예의는 충분합니다. 대상 요소의 이름을 부른 요청도 절반을 넘었고 파일을 함께 붙인 요청은 44.5%였습니다.

파일도 없고 요소 이름도 위치도 참고 자료 언급도 없는 요청은 19.0%였습니다. 디자이너가 열어 봐도 손댈 곳을 찾을 단서가 하나도 없습니다. 다섯 건 중 한 건입니다.


판단은 전달되는데 기준이 같이 안 갑니다

고칠 자리는 형용사 뒤입니다. 밋밋하다는 말을 지울 필요는 없고, 그 뒤에 그 판단을 만든 화면 위의 사실을 한 줄 적어 주면 됩니다. "세 번째 화면이 글자만 여섯 줄이라서"를 붙이면 디자이너가 열어 볼 곳이 정해집니다.

밋밋하다는 말은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발주자는 그 시안을 보고 실제로 그렇게 느꼈고 그 느낌은 디자이너가 가질 수 없는 정보입니다. 브랜드가 지난 6개월 어떤 이미지를 쌓았는지, 이 배너가 어디에 걸리고 결재 라인이 무엇을 볼 때 통과시키는지는 발주자만 압니다.

문제는 그 판단만 건너가고 판단을 만든 근거가 남는 경우입니다. 디자이너가 받은 것은 결론 하나뿐이라 화면에서 후보를 골라야 하는데 여백일 수도 색일 수도 있고 사진일 수도 있습니다. 고른 후보가 틀리면 다음 시안도 같은 말을 다시 듣습니다.

한 줄 기준

내가 쓴 문장을 읽고 디자이너가 파일의 어느 부분을 클릭해야 할지 정해지면 충분합니다. 정해지지 않으면 아직 한 줄이 빠져 있습니다.


바꿔 쓰는 표현 사전 14쌍

왼쪽은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입니다. 오른쪽은 같은 뜻을 디자이너가 바로 손댈 수 있는 문장으로 옮긴 예시입니다. 문장은 모두 설명을 위해 만든 예시이고 괄호 안 숫자와 색은 각자 상황에 맞게 바꿔 쓰면 됩니다.

서체촌스러워요
제목·본문·강조에 서체가 세 종류 들어가 있습니다. 두 종류로 줄여 주세요.
배경좀 더 세련되게 부탁드려요
배경에 그라데이션과 패턴이 함께 깔려 있습니다. 배경은 단색으로 두고 제품만 남겨 주세요.
문구량깔끔하게 정리해 주세요
첫 화면 위쪽에 문구가 네 줄입니다. 핵심 한 줄만 남기고 나머지는 아래로 내려 주세요.
강조임팩트가 부족해요
할인율 30%가 옆 설명 문구와 같은 크기입니다. 할인율만 두 배로 키워 주세요.
장식고급스러운 느낌으로요
금색 테두리와 반짝임 효과가 요소마다 들어가 있습니다. 장식을 빼고 여백을 넓혀 주세요.
구성뭔가 심심해요
세 번째 화면이 글자만 여섯 줄입니다. 제품을 쓰는 장면 사진을 한 장 넣어 주세요.
색 대비눈에 잘 안 들어와요
구매 버튼 색이 배경과 비슷해서 버튼인지 구분되지 않습니다. 버튼만 브랜드 보라색으로 바꿔 주세요.
브랜드 톤우리 브랜드랑 톤이 안 맞아요
지난달 상세페이지는 따뜻한 베이지였는데 이번 시안은 회색입니다. 지난 파일을 첨부하니 같은 색으로 맞춰 주세요.
정렬전체적으로 균형이 안 맞아요
왼쪽 사진과 오른쪽 문구의 위아래 중심선이 어긋나 있습니다. 두 요소의 가운데를 맞춰 주세요.
타깃좀 더 트렌디했으면 좋겠어요
주 고객이 20대 여성입니다. 글자 간격을 좁히고 색 채도를 한 단계 낮춰 주세요.
사진사진이 별로예요
두 번째 사진만 조명이 노랗게 돌아서 나머지 다섯 장과 색이 다릅니다. 다른 사진 기준으로 맞춰 주세요.
가독성글씨가 잘 안 읽혀요
본문이 11pt인데 인쇄물로 나갑니다. 13pt 이상으로 키워 주세요.
로고로고가 좀 어색해요
로고가 배경 사진의 밝은 부분에 겹쳐서 흰 글자가 묻힙니다. 아래쪽 여백으로 옮기거나 뒤에 어두운 판을 깔아 주세요.
일정급한데 빨리 부탁드려요
목요일 오후 3시에 광고 심의를 넣어야 합니다. 수요일 저녁까지 받을 수 있을까요?

오른쪽 문장들의 공통점은 길이가 아닙니다. 대부분 두 문장입니다. 앞 문장은 화면에서 본 사실, 뒤 문장은 바라는 처리입니다. 형용사는 그대로 두고 앞 문장만 추가하면 됩니다.


피드백 한 덩어리에 들어갈 네 가지

항목이 여러 개일 때는 각 항목을 같은 순서로 쓰면 디자이너가 읽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순서는 어디를, 무엇이, 왜, 어떻게입니다.

01어디를화면과 위치를 특정합니다

두 번째 화면 위쪽에서

02무엇이눈에 보인 사실만 적습니다

할인율 30%가 옆 설명 문구와 같은 크기라

03무엇에 걸리는지 기준을 답니다

인스타 피드에 올라가는 배너라 1초 안에 숫자가 보여야 합니다

04어떻게지시 대신 선택지를 줍니다

할인율만 두 배로 키우거나 색을 바꾸는 방법 중 편한 쪽으로

네 칸 중 앞의 두 칸이 앞 섹션에서 비어 있던 항목입니다. 세 번째 칸은 디자이너가 다른 방법을 제안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크기를 키우라고만 하면 그대로 키우지만, 1초 안에 숫자가 읽혀야 한다고 적으면 색을 바꾸는 더 나은 안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칸은 지시보다 선택지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표본에서 선택지를 묻는 형태로 쓴 요청은 6.4%였습니다.

네 칸이 다 빈 요청
발주 담당자
배너 확인했는데 좀 밋밋해요. 눈에 확 띄게 수정 부탁드립니다!
디자이너
어느 부분을 조정할까요? 문구인지 색인지 알려주시면 바로 반영하겠습니다.

시안이 오기 전에 대화가 한 번 더 오갑니다

네 칸을 채운 요청
발주 담당자
두 번째 화면 위쪽에서 할인율 30%가 옆 설명 문구와 같은 크기라, 스크롤할 때 숫자가 먼저 안 읽힙니다. 인스타 피드에 올라가는 배너라 1초 안에 숫자가 보여야 합니다. 할인율만 두 배로 키우거나 색을 바꾸는 방법 중 편한 쪽으로 부탁드립니다.
디자이너
크기를 키우면 문구가 두 줄이 되어서, 색을 바꾸는 쪽으로 잡아 보겠습니다.

다음 메시지가 곧바로 작업 방향입니다


정중하게 재작업을 요청하는 법

재작업 요청에서 예의는 문장을 부드럽게 다듬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상대가 며칠 걸릴지 계산할 수 있게 적어 주면 그게 예의입니다. 아래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시안이 마음에 안 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상대가 기분 상하지 않을까입니다. 그래서 문장 앞뒤에 말을 더 부드럽게 다듬게 됩니다. 죄송하지만, 혹시 가능하시다면, 번거로우시겠지만.

그런데 앞의 표본에서 인사와 사과 표현은 이미 충분했습니다. 여기에 부드러운 표현을 더 얹어도 상대가 알게 되는 것은 늘지 않고 오히려 요청 범위가 흐려져서 어디까지 다시 만들어야 하는지 디자이너가 혼자 판단하게 됩니다.

1

받은 것을 먼저 적습니다

보내주신 A안 세 장 확인했습니다.

2

어느 기준에 걸리는지 적습니다

주 구매층이 40대 후반인데, 시안의 색과 서체가 10대 대상 브랜드에 가깝게 보입니다. 매장에 걸릴 포스터라 멀리서도 제품명이 읽혀야 합니다.

3

어디까지 다시 만들지와 언제까지인지 적습니다

레이아웃은 그대로 두고 색과 서체만 다시 잡아 주시면 됩니다. 사진은 이번 것 그대로 쓰겠습니다. 금요일 오전까지 가능할까요?

여기에 한 줄을 더 붙이면 남은 다툼도 줄어듭니다. 취향에서 나온 말과 목적에서 나온 말을 나눠 주는 문장입니다.

취향

아래 두 개는 제 개인 취향이라 그대로 두셔도 괜찮습니다.

디자이너가 무시해도 되는 항목을 알려 줍니다

목적

다만 인쇄 규격에 걸리는 이 한 가지는 꼭 반영 부탁드립니다.

물러설 수 없는 항목을 앞으로 끌어냅니다

참고로 방향을 통째로 접는 요청은 실제로 흔치 않습니다. 같은 표본에서 전면 재작업을 뜻하는 표현이 들어간 요청은 0.5%였습니다. 대부분은 화면 두세 곳만 고치면 해결됩니다. 통째로 다시라고 쓰기 전에 살릴 부분이 정말 하나도 없는지 먼저 보는 편이 서로에게 낫습니다.

수정 몇 번까지가 무료인지, 어디부터 추가 비용인지는 요청 문장과 별개로 계약에서 갈립니다. 디자인 수정 횟수, 몇 번까지가 무료인가요에 견적서에서 확인할 항목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여러 명이 피드백을 줄 때

시안 하나를 두고 대표는 색을, 영업팀은 문구를, 마케터는 배치를 말합니다. 이 셋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넘어가면 디자이너는 회사 내부의 우선순위를 대신 정하게 됩니다.

화면 안에서는 이미 창구가 하나입니다. 플로우웍스에서 고객사 쪽 메시지가 오간 완료 업무 1,057건 중 95.9%는 고객사 담당자 한 명만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요청 본문에는 다른 사람이 등장합니다. 대표, 팀장, 광고주처럼 자리에 없는 사람의 의견을 전한다는 언급이 6.0%에 나옵니다. 창구는 하나인데 그 앞에서 합의가 끝나지 않은 채로 넘어옵니다.

01보내기 전에 우리끼리 정합니다

의견이 갈리면 채팅창이 아니라 사내에서 먼저 하나로 만듭니다. 디자이너에게 판단을 넘기면 어느 쪽을 골라도 한쪽에서 다시 수정 요청이 옵니다.

02못 정하겠으면 선택지로 보냅니다

A안과 B안으로 나누고 각각 무엇을 얻으려는 안인지 한 줄씩 답니다. 정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03전달하는 의견에도 이유를 붙입니다

대표님 의견이라고만 적으면 디자이너는 반영 여부만 알 뿐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분이 무엇을 보고 그렇게 말했는지 한 줄을 같이 옮깁니다.

04최종 승인자는 첫 시안 전에 부릅니다

마지막에 등장한 결재자의 한마디로 방향이 바뀌면 그때까지의 수정이 전부 무효가 됩니다.

부서마다 따로 요청이 나가는 구조라면 문장을 다듬기 전에 창구부터 손봐야 합니다. 부서마다 흩어진 디자인 요청을 창구 하나로 모으는 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브랜드 톤처럼 매번 설명하게 되는 항목은 브랜드 가이드 한 장으로 옮겨 두면 피드백에서 반복해 적을 일이 줄어듭니다.


플로우웍스에서 수정 요청은 어떻게 남나

플로우웍스는 수정 요청을 업무 단위로 받습니다. 본문과 첨부 파일이 그 업무 기록에 함께 남고 팀 계정에 쌓이므로 담당자가 바뀌어도 지난 요청과 그때 오간 파일을 그대로 열어 볼 수 있습니다. 개인 메신저에 흩어지지 않습니다.

요청서에는 용도, 규격, 참고 자료를 적는 칸이 미리 있습니다. 첫 시안이 이미 그 조건 안에서 시작하니 피드백에서 다시 설명할 항목이 줄어듭니다. 원래 범위를 넘는 작업이 생기면 별도 업무로 올려 비용을 먼저 확정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좀 더 세련되게'라고 말하면 안 되나요?

써도 됩니다. 문제는 그 말로 끝나는 경우입니다. 판단은 발주자만 가진 정보라서 전달할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그 판단을 만든 근거가 화면 어딘가에 있으니, 어디를 보고 그렇게 느꼈는지 한 줄만 붙이면 됩니다. 세련되게 해 달라는 말 뒤에 서체가 세 종류라 시선이 흩어진다는 문장 하나가 붙으면, 디자이너는 추측 대신 서체 정리부터 손댑니다.

Q디자인 용어를 몰라서 설명이 어렵습니다. 공부해야 하나요?

용어는 필요 없습니다. 어디를 보고 있는지(두 번째 화면 위쪽), 눈에 보인 현상(할인율이 설명 문구와 같은 크기다), 왜 걸리는지(스크롤할 때 숫자가 먼저 안 읽힌다). 이 세 가지는 전부 일상어로 적을 수 있습니다. 위치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면 화면을 캡처해 동그라미를 치고 첨부하는 쪽이 빠릅니다. 플로우웍스 수정 요청 2,098건 중 44.5%에 파일이 함께 붙어 있었습니다.

Q시안이 통째로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말해야 하나요?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은 실제로는 드뭅니다. 같은 표본에서 전면 재작업을 뜻하는 표현이 들어간 요청은 0.5%였습니다. 그래도 방향을 접어야 한다면 세 가지를 적으세요. 어디까지 버리고 어디를 살릴지(배치는 유지, 사진만 교체), 왜 이 방향이 아닌지(주 고객이 40대인데 시안은 10대 취향이다), 언제까지 필요한지. 범위 없이 다시 부탁드린다고만 쓰면 정중한 문장이 아니라 답이 없는 문장이 됩니다.

Q수정 요청을 여러 번 나눠 보내도 되나요?

한 번에 모아 보내는 쪽이 낫습니다. 같은 화면을 두고 오전에 한 줄, 오후에 한 줄 보내면 디자이너는 이미 고친 부분을 다시 열어야 합니다. 다만 오탈자나 잘못 들어간 연락처처럼 확인 즉시 알려야 이득인 항목은 따로 보내세요. 나머지는 사내 검토가 끝난 뒤 번호를 붙여 한 덩어리로 보내면 됩니다.

Q사내에서 의견이 갈리는데 그대로 전달해도 되나요?

갈린 상태로 보내면 디자이너가 회사의 결정을 대신하게 됩니다. 플로우웍스에서 고객사 쪽 메시지가 오간 완료 업무 1,057건 중 95.9%는 담당자 한 명만 글을 썼습니다. 창구는 이미 하나인데, 그 창구 앞에서 정리가 안 끝난 채 넘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충하는 의견은 보내기 전에 한쪽으로 정하고, 정말 못 정하겠으면 A안과 B안으로 나눠 각각 무엇을 얻으려는지 적어 보내세요.

요청서와 수정 이력이 팀 계정에 남는 구조로 디자인을 맡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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