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디자인을 맡는 사람은 한 명인데 화요일 아침에 네 부서가 각자 요청을 올립니다. 넷 다 급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화요일 오전에 올라온 요청 네 건
다음 주 광고에 쓸 배너 5종 부탁드립니다
급한 이유: 다음 주 화요일 광고 집행
제안서 표지만 좀 다시 만들어 주세요
급한 이유: 내일 고객사 미팅
채용공고 이미지 이번 주 안에 필요합니다
급한 이유: 채용 시즌
홈페이지 메인 배너 그건 언제 되나요
급한 이유: 세 번째 물어보심
여기서 담당자가 실제로 쓰는 시간은 디자인이 아니라 중재입니다. 마케팅팀에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영업팀에는 오늘 안에 되겠다고 하고 인사팀에는 답을 미루다 보면 정해진 규칙이 없는 탓에 목소리가 큰 요청이 먼저 나갑니다. 정작 광고 집행일이 박혀 있던 배너는 금요일에 시작합니다.
요청이 겹치는 상황은 드물지 않습니다. 저희 쪽에 등록된 업무를 고객사별로 묶어 봤습니다.
2025년 8월 이후 등록된 업무를 고객사·날짜로 묶은 결과
뒤의 두 줄은 완료 업무가 세 건 이상인 팀만 센 값입니다.
요청을 한곳에 모으는 방법은 부서마다 흩어진 요청을 창구 하나로 모으는 법에 정리해 뒀습니다. 남는 건 모아 놓은 요청의 순서입니다.
중요도를 물으면 순서가 나오지 않습니다
중요도는 요청자마다 답이 다르게 나오는 질문입니다. 순서를 정하려면 답이 하나로 모이는 질문, 요청자가 마음대로 답을 바꿀 수 없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우선순위를 정해 보자고 하면 대개 중요도부터 매깁니다. 그런데 중요도 칸을 만들어 둔 요청 양식에서는 네 부서가 전부 높음을 고릅니다. 마케팅팀에는 광고가 제일 중요하고 영업팀에는 계약이 제일 중요합니다. 둘 다 틀린 답이 아닙니다.
우리가 못 미루는 외부 마감일
광고 집행 시작일, 입점 심사 제출일, 인쇄소 입고일, 행사 당일처럼 회사 밖에서 이미 정해진 날짜입니다. 이 날짜를 놓치면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이 건이 막고 있는 다른 일
상세페이지 대표 이미지가 안 나오면 상품 등록이 멈추고 로고 파일이 없으면 인쇄 발주가 멈춥니다. 한 건이 여러 사람의 일정을 붙잡고 있는 경우입니다.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
한 시간이면 끝나는 문구 교체와 사흘 걸리는 신규 제작을 같은 순번에 두면 짧은 건이 사흘을 기다립니다. 짧은 것부터 빼면 대기 중인 건수 자체가 줄어듭니다.
셋 다 요청자에게 판단을 시키지 않고 사실만 묻습니다. 광고 집행일은 마케팅팀이 원해서 정해진 날이 아니고 상품 등록이 멈추는지 아닌지도 확인만 하면 나오니, 이 셋으로 매긴 순서는 나중에 다시 협상할 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접수할 때 딱 세 가지만 더 묻습니다
쓰던 양식 맨 위에 칸 세 개를 붙입니다. 요청서를 새로 만들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세 칸이 비어 있으면 접수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못 미루는 외부 마감일이 있습니까?
있다면 며칠인지, 그 날짜를 정한 곳이 어디인지 함께 적게 합니다. 광고 매체, 입점 심사, 인쇄소, 행사 주최 측처럼 회사 밖 이름이 나와야 합니다.
적을 수 없는 답 — 가능한 빨리, 이번 주 안에, 내부 보고 전까지
이 건이 안 나오면 멈추는 다른 일이 있습니까?
무엇이 며칠 멈추는지까지 적게 합니다. 다른 팀 일정이 멈추는 경우와 요청자 본인 일만 멈추는 경우를 구분합니다.
적을 수 없는 답 — 전반적으로 지연됨, 여러 업무에 영향
필요한 결과물이 몇 개입니까?
개수와 함께 새로 만드는 건지 있는 것을 고치는 건지 적게 합니다. 사이즈만 바꾸는 5종과 처음부터 만드는 5종은 걸리는 시간이 다릅니다.
적을 수 없는 답 — 몇 개 안 됩니다, 간단한 거예요
Q1에서 날짜만 받지 않고 그 날짜를 정한 곳까지 묻는 이유가 있습니다. 마감일 칸만 두었다가는 요청자 대부분이 일단 채워 넣기 때문입니다.
마감일을 적은 요청과 적지 않은 요청 — 2026년 등록 완료 업무
| 구분 | 첫 결과물까지 | 첫 결과물부터 최종 확정까지 |
|---|---|---|
| 마감일을 적은 요청 | 1.0일 | 7.0일 |
| 마감일을 적지 않은 요청 | 2.0일 | 5.0일 |
값은 모두 중앙값입니다. 첫 결과물은 디자이너가 처음 결과물을 올린 시점, 최종 확정은 고객사가 확인을 끝낸 시점입니다.
날짜를 적어 낸 요청은 첫 결과물이 하루 만에 왔고 적지 않은 요청은 이틀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결과물을 받은 다음부터 확정까지는 오히려 날짜를 적은 쪽이 길었습니다. 마감일은 만드는 순서를 앞으로 당길 뿐입니다. 받아서 확인하고 확정하는 일은 요청한 쪽에 그대로 남습니다.
세 답을 점수로 바꾸는 표
세 칸이 채워진 다음부터 순서는 계산으로 나옵니다. 점수 배분은 아래대로 시작해 보세요. 두세 달 써 본 다음 우리 회사에 맞게 조정하면 됩니다.
Q1. 외부 마감일까지 남은 근무일
최대 5점3일 이하 5점 · 4~7일 3점 · 8일 이상 1점 · 외부 마감일 없음 0점
Q2. 이 건 때문에 멈추는 다른 일
최대 3점다른 팀 일정이 멈춤 3점 · 요청자 본인 일만 멈춤 1점 · 없음 0점
Q3. 결과물 개수와 새로 만드는지 여부
최대 2점있는 파일을 고치거나 새로 만드는 결과물이 2개 이하 2점 · 새로 만드는 결과물 3~5개 1점 · 6개 이상 0점
합계가 큰 순서로 처리합니다. 동점이면 Q1의 날짜가 빠른 쪽, 그것도 같으면 먼저 접수된 쪽입니다.
Q3만 점수 방향이 반대입니다. 짧은 건에 높은 점수를 주면 짧은 건이 먼저 빠져나갑니다. 대기 중인 건수가 줄어드는 만큼 요청자들이 자기 순번을 기다리는 시간도 짧아집니다. 다만 이 항목은 2점까지만 받습니다. 사흘 안에 광고가 나가는 큰 건이 문구 교체 하나에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의 네 요청을 이 표에 넣어 봤습니다.
화요일 오전 요청 네 건 판정
영업팀 · 제안서 표지
8점Q1 내일 고객사 미팅 5점 + Q2 영업팀 본인 일만 멈춤 1점 + Q3 있는 파일 수정 2점
마케팅팀 · 광고 배너 5종
7점Q1 집행일까지 5근무일 3점 + Q2 광고 대행사 소재 검수가 멈춤 3점 + Q3 새로 만드는 5종 1점
인사팀 · 채용공고 이미지
2점Q1 사내에서 정한 게시일 0점 + Q2 멈추는 일 없음 0점 + Q3 새로 만드는 1종 2점
대표님 · 홈페이지 메인 배너
1점Q1 외부 마감일 없음 0점 + Q2 멈추는 일 없음 0점 + Q3 새로 만드는 3종 1점
1위와 2위가 한 점 차이입니다. 이렇게 붙었을 때는 둘 중 하나를 뒤로 미루기 전에 두 건을 같이 진행할 수 있는지부터 봅니다. 같이 못 가면 점수가 높은 영업팀 건을 먼저 넣습니다. 마감이 내일이라 하루만 밀려도 소용이 없어지는 쪽이기도 합니다.
대표님 요청은 마지막에 왔습니다. 이 결과를 감추면 표를 만든 의미가 없어집니다. 점수와 근거를 그대로 보여 드리면 그 대화는 협상에서 확인으로 바뀝니다. 홈페이지 배너를 먼저 해야 하는 외부 마감일이 있다면 대표님이 Q1에 그 날짜를 적으시면 됩니다. 점수는 그때 바뀝니다.
새치기는 막지 말고 대가를 붙입니다
허용 조건과 절차를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끼어드는 요청을 전부 막으면 규칙이 오래 못 갑니다. 진짜로 급한 일은 생깁니다. 그런데 한 번 예외를 그냥 허용하는 순간 표는 장식이 됩니다.
허용 조건 — 둘 다 맞을 때만
첫째, Q1에 외부 마감일이 있고 그 날짜가 3근무일 안입니다. 둘째, 요청자가 밀리는 건의 요청자에게 직접 사정을 알립니다. 담당자가 대신 전하지 않습니다.
기록 — 다섯 항목을 남깁니다
당긴 날짜, 당긴 건, 그 외부 마감일, 밀린 건, 밀린 건의 바뀐 완료 예정일. 다섯 개가 한 줄에 다 들어가야 나중에 세어 볼 수 있습니다.
대기 목록에 남기는 문장
8월 24일, 영업팀 제안서 표지를 앞으로 당깁니다. 8월 26일 고객사 미팅 때문입니다. 대신 인사팀 채용공고 이미지가 뒤로 갑니다. 완료 예정일은 8월 25일에서 8월 27일로 바뀝니다.
말없이 밀어 두면 다음번에 같은 일로 다툽니다. 인사팀은 자기 건이 왜 늦어졌는지 모른 채로 목요일에 다시 물어보고 담당자는 같은 설명을 처음부터 합니다. 밀린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알려 두면 인사팀도 공고 게시일을 하루 미룰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남긴 기록은 분기마다 세어 봅니다. 새치기가 한 달에 두세 건이면 규칙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열 건을 넘어가면 순서를 손봐서 풀릴 상태는 지났습니다. 일감이 사람 한 명 분량을 넘어섰습니다. 그때는 반복해서 나오는 일부터 밖으로 넘기는 쪽이 빠릅니다. 어떤 일을 떼어 내면 되는지는 반복적인 디자인 작업만 외주로 넘기는 법에서 다뤘습니다.
동시에 몇 건까지 진행할 수 있나
한 사람이 확인을 맡는 건은 다섯 건 안쪽으로 둡니다. 상한은 만드는 쪽이 아니라 확인하는 쪽에서 잡습니다.
저희 쪽 업무 기록으로 재 봤습니다. 요청이 들어온 순간을 기준으로 같은 고객사에서 이미 진행 중이던 다른 업무가 몇 건인지 셌습니다. 그다음 그 요청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두 구간으로 나눴습니다.
요청이 들어온 순간 진행 중이던 다른 업무 수별 소요 기간
2025년 8월 이후 등록된 완료 업무, 중앙값
만드는 구간은 요청이 겹쳐도 늦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진행 중인 건이 많은 쪽이 첫 결과물을 더 빨리 받았습니다. 요청마다 다른 디자이너가 붙으니 앞 건이 끝나기를 기다릴 일이 없습니다.
늦어진 곳은 뒤 구간입니다. 진행 중인 다른 건이 아홉 건까지는 결과물을 받고 확정하기까지 하루에서 이틀이었는데 열 건부터는 6.71일로 늘었습니다. 동시에 몇 건까지 돌릴 수 있느냐는 만드는 쪽 인원으로 갈리지 않습니다. 확인하는 사람이 하루에 몇 건을 볼 수 있느냐에서 갈립니다.
다섯 건 이상이 동시에 돌아가야 하면 확인 담당을 부서별로 나눠서 요청한 부서가 자기 건을 직접 확인하게 합니다. 담당자 한 명이 모든 시안을 다 보는 구조는 다섯 건 근처에서 막힙니다.
플로우웍스에서 순서를 관리할 때
플로우웍스는 고객사 2,458팀과 디자이너 1,242명이 쓰고 있고 지금까지 완료된 업무는 11,404건입니다. 앞의 세 질문과 점수표는 어떤 도구를 쓰든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두 가지는 도구 쪽에서 미리 해결해 두면 손이 덜 갑니다.
팀원을 초대하면 마케팅팀도 영업팀도 각자 자기 계정으로 요청을 올립니다. 담당자 한 사람의 메신저를 거치지 않으니 누가 무엇을 언제 요청했는지가 그대로 남습니다.
요청마다 그 일에 맞는 디자이너가 따로 붙습니다. 세 건이 동시에 들어와도 세 건이 같이 진행되니 순서를 정하는 일은 확인하는 쪽 일정을 짜는 문제로 바뀝니다.
요청 접수부터 시안 확인, 정산까지 전체 과정을 사내 규칙으로 굳히는 방법은 디자인 외주 SOP 만들기에 단계별로 적어 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직급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요청에 붙은 날짜를 봅니다. 점수표를 먼저 보여 드리고 그래도 먼저 해 달라고 하시면 새치기 규칙으로 처리합니다. 무엇이 며칠 밀리는지 적어서 밀리는 쪽 요청자에게도 함께 알립니다. 이렇게 하면 예외를 쓴 횟수가 기록으로 남고 그 횟수가 사람을 늘릴지 외주를 붙일지 정할 때 근거가 됩니다.
마감일 자체보다 그 날짜를 정한 곳을 묻습니다. 광고 집행 시작일, 입점 심사 제출일, 인쇄소 입고일, 행사 당일처럼 우리가 못 미루는 날짜만 점수를 받습니다. 내부 보고 일정이나 가능한 빨리라는 답은 0점입니다. 저희 쪽에서도 2026년에 등록된 완료 업무의 85.3%에 마감일이 적혀 있었습니다. 날짜가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순서가 갈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과물 개수에는 2점까지만 줍니다. 외부 마감일이 사흘 안으로 붙은 건은 5점이라 짧은 건을 항상 앞섭니다. 짧은 것 먼저는 점수가 같을 때만 작동합니다. 그래도 큰 건이 계속 밀린다면 통째로 대기시키지 말고 먼저 필요한 결과물만 떼어 한 건으로 넣습니다.
표를 별도 문서로 두면 아무도 열지 않습니다. 세 질문을 요청 양식의 필수 칸으로 넣어 답을 적지 않으면 접수가 되지 않게 하세요. 점수는 접수와 동시에 매겨지고 대기 목록은 그 점수 순서로 봅니다. 요청자가 자기 건이 몇 번째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면 언제 되냐는 문의도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