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PPT·상세페이지를 직접 만드는 게 맞을까 — 시간으로 계산한 손익 경계선
디자인 인사이트

대표가 PPT·상세페이지를 직접 만드는 게 맞을까 — 시간으로 계산한 손익 경계선

By 이남훈2026-08-24

직원이 다섯 명 안팎인 회사 대표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번 주에 뭘 했느냐는 질문에 자료를 만들었다는 답이 자주 나옵니다. 투자사에 보낼 PPT를 이틀 붙잡고 있었다거나, 새로 낸 제품 상세페이지를 주말에 만들었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러면서 대부분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이게 맞나 싶다고요.

내부 회의에서 한 번 띄우고 말 자료라면 30분 들여 직접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직접 만드는 게 늘 손해는 아니니까요. 문제는 그 30분짜리 판단을 이틀짜리 일에도 그대로 적용할 때 생깁니다.

재 볼 값은 두 개입니다. 직접 만들어 아끼는 금액, 그리고 그 시간에 대표가 원래 하려던 일의 값입니다. 둘이 같아지는 지점이 손익분기 시간입니다.


먼저 계산식부터 — 내 1시간의 값을 정합니다

직접 만들면 외주비가 나가지 않으니 그만큼 아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대표가 원래 하려던 일이 있었다면 회사는 그쪽 성과를 포기한 것이기도 합니다. 두 값을 같이 놓으면 식은 간단합니다.

직접 만들어 아끼는 돈넘겼을 때 나가는 금액
직접 만드느라 쓰는 돈내가 쓴 시간 × 내 1시간의 값

손익분기 시간

넘겼을 때 나가는 금액 ÷ 내 1시간의 값

이 시간 안에 끝내면 직접 만드는 쪽이 남고, 넘어가면 넘기는 쪽이 남습니다.

필요한 값은 두 개뿐입니다. 넘겼을 때 나가는 금액, 그리고 내 1시간의 값입니다. 금액 쪽은 뒤에서 유형별로 정리했으니 여기서는 내 1시간의 값을 어떻게 잡을지만 보겠습니다.

내 1시간의 값을 잡는 두 가지 방법

가장 거친 방법은 이번 달 내가 급여로 가져가는 금액을 이번 달 실제로 일한 시간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월 300만 원을 가져가고 한 달에 180시간을 일했다면 1시간에 약 1만 7천 원입니다. 이건 하한선입니다. 회사가 대표에게 실제로 기대하는 값이 급여만큼일 리는 없으니까요.

현실에 가까운 방법은 그 시간에 원래 하려던 일로 잡는 것입니다. 대표가 두 시간을 비우면 보통 영업 미팅 한 건이나 채용 면접 한 건, 또는 투자자 대응 한 건이 들어갑니다. 그 한 건이 성사됐을 때 회사에 들어오는 금액을 성사 확률로 나눠 잡으면 시간당 값이 나옵니다. 대개 급여 기준 하한선보다 몇 배 큽니다.

아래 표에서는 계산을 보여주려고 1시간에 3만 원으로 잡았습니다. 실제 값은 회사마다 다르니 표의 손익분기 시간은 자기 값으로 다시 계산해 보셔야 합니다. 시급을 두 배로 잡으면 손익분기 시간은 절반이 됩니다.

소요 시간을 셀 때 빠뜨리는 네 가지

직접 만든 시간을 물으면 대부분 실제보다 적게 답합니다. 화면 앞에 앉아 있던 시간만 세기 때문입니다. 아래 네 가지를 같이 넣어야 손익 계산이 맞습니다.

1도구를 다시 익히는 시간

지난번에 쓴 편집 도구를 몇 달 만에 열면 메뉴 위치부터 다시 찾습니다.

2고르느라 쓰는 시간

템플릿 세 개를 만들어 놓고 어느 쪽이 나은지 고민한 시간도 제작 시간입니다.

3사이즈별로 다시 만드는 시간

배너 하나를 만들면 보통 가로형·정사각형·모바일용까지 세 벌이 필요합니다.

4마음에 안 들어 다시 하는 시간

다 만들고 다음 날 다시 보면 손대게 됩니다. 이 왕복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넘기면 얼마, 며칠 걸리나 — 유형별 손익분기 시간

아래 표에는 플로우웍스에서 완료된 업무를 유형별 중앙값으로 정리했습니다. 실제 결제된 크레딧, 그리고 요청 등록부터 납품까지 걸린 기간입니다. 크레딧 1개는 25,000원(부가세 별도)입니다. 마지막 칸이 손익분기 시간이고 여기까지 안에 끝낼 수 있으면 직접 만드는 쪽이 남습니다.

업무 유형넘길 때 금액요청→납품손익분기 시간완료 건수
카드뉴스2.5만 원(1크레딧)1.0일50분330
썸네일4.5만 원(1.8크레딧)1.3일1시간 30분226
배너5만 원(2크레딧)1.5일1시간 40분1,142
로고13.8만 원(5.5크레딧)3.0일4시간 35분133
상세페이지16.3만 원(6.5크레딧)3.9일5시간 25분1,010
PPT·제안서22.5만 원(9크레딧)3.0일7시간 30분144

플로우웍스 완료 업무 실측(2026-08-14 조회). 금액·기간 모두 중앙값이고, 손익분기 시간은 대표 1시간을 3만 원으로 잡았을 때의 값입니다. 요청부터 납품까지 걸린 기간은 납품일이 기록된 건만 세었습니다(카드뉴스 328건·썸네일 224건·배너 1,127건·로고 129건·상세페이지 964건·PPT·제안서 141건).

표를 세로로 훑으면 두 덩어리로 갈립니다. 배너·썸네일·카드뉴스는 넘겨도 5만 원 이하고 손익분기 시간이 50분에서 1시간 40분입니다. 한 건만 놓고 보면, 그 안에 끝낼 자신이 있는 한 직접 만들어도 손해는 아닙니다.

반대로 로고·상세페이지·PPT는 손익분기 시간이 네 시간 반에서 일곱 시간 반입니다.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하는 분량입니다. 대표가 그렇게 만든 결과물이 디자이너가 만든 것만큼 제값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반복되는 유형에서는 계산이 달라집니다

앞에서 배너 한 건은 직접 만들어도 손해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배너는 한 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플로우웍스에서 배너를 요청한 고객사 가운데 56.3%가 두 번 이상 요청했고 30.8%는 다섯 번 이상 요청했습니다. 배너를 요청한 팀은 평균 5.1건을 맡겼습니다.

그 유형을 요청한 고객사 중 두 번 이상 요청한 비율

괄호 안은 그 유형을 요청한 팀의 평균 요청 건수입니다.

배너
56.3%(5.1건)
상세페이지
53.4%(4.6건)
썸네일
47%(3.4건)
카드뉴스
39.6%(6.3건)
PPT·제안서
36.2%(2.5건)
로고
25.6%(1.6건)

로고는 다릅니다. 로고를 요청한 고객사 중 두 번 이상 요청한 비율은 25.6%고 대부분 한 번 만들고 끝납니다. 배너와 상세페이지는 로고보다 두 배 넘게 다시 돌아옵니다. 한 건씩 보면 직접 만들 만해 보이지만 반복될 때는 다른 걸 같이 봐야 합니다.

반복한다고 손익분기 시간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섯 번 만들면 아낀 돈도 다섯 배, 들어간 시간도 다섯 배니까요. 문제는 다섯 번을 모두 손익분기 시간 안에 끝내기가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앞에서 봤듯이 실제로 드는 시간은 손익분기 시간보다 깁니다. 사이즈별로 세 벌을 만들고 다음 날 다시 손대는 시간이 붙으니까요. 게다가 다섯 번을 다른 날 만들면 매번 도구 사용법이 다시 낯설어져 시간이 처음과 비슷하게 듭니다. 반복해도 대표는 숙련되지 않습니다. 한 건에서 20분씩만 밀려도 다섯 번이면 1시간 40분이고, 배너 한 건을 더 만들 시간이 그냥 사라집니다.


직접 할지 넘길지 가르는 네 가지 질문

금액과 시간만으로 안 갈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지금 만들려는 결과물 하나를 떠올리고 아래 네 가지에 예·아니오로만 답해 보세요.

1

앞으로 석 달 안에 같은 걸 또 만들 일이 있나요?

반복되면 이번에 아낀 시간이 몇 배로 나갑니다.

2

만드는 동안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멈추나요?

영업·채용·투자 대응은 대신할 사람이 없습니다.

3

이 결과물이 고객·투자자·거래처에 그대로 나가나요?

완성도가 매출과 심사 결과로 이어지는 자리입니다.

4

지난번에 비슷한 걸 만들 때 손익분기 시간을 넘겼나요?

위 표에 유형별 기준 시간이 있습니다.

예 0~1개

직접 만드세요

예 2개

이번만 직접, 다음부터 넘기기

예 3개 이상

지금 넘기세요

예가 하나 이하면 직접 만드셔도 됩니다. 두 개면 이번 한 번만 직접 만들고 다음 건부터 넘길 준비를 하세요. 세 개 이상이면 지금 넘기는 게 맞습니다.


반복 빈도와 노출 여부, 두 축으로 본 경계선

네 가지 질문 중에서 결과를 가장 크게 가르는 건 첫 번째(반복 여부)와 세 번째(외부 노출 여부)입니다. 이 둘만 놓고 네 칸으로 나누면 대부분의 결과물이 어디에 들어갈지 바로 보입니다.

밖으로 나감 ← → 안에서만 씀

넘기세요

로고, 투자용 자료, 회사소개서

넘기세요

광고 배너, 제품 상세페이지, 판매 채널용 썸네일

직접 만드세요

내부 회의용 한 장짜리, 아직 방향 안 정해진 초안

틀만 맡기고 채우기

주간 보고 서식, 내부 공지 서식, 사내 교육 자료

한 번 쓰고 끝
또 만든다

왼쪽 아래 한 칸만 직접 만드는 자리입니다. 나머지 세 칸은 넘기거나 틀을 한 번 맡긴 뒤 그 안에서 직접 채우는 게 낫습니다.

오른쪽 위, 그러니까 반복되면서 고객에게도 나가는 칸이 가장 손해가 큽니다. 광고 배너와 제품 상세페이지가 여기 들어갑니다. 매출에 직접 닿는 결과물이라 잘못 만들었을 때 손해가 제작 시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대표가 직접 만드는 게 맞는 세 가지 경우

지금까지 넘기는 쪽 이야기를 했지만 넘기면 오히려 느려지고 결과도 나빠지는 자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세 가지입니다.

01무엇을 말할지가 아직 안 정해졌을 때

메시지를 다듬는 중이라면 시안을 받아도 다음 주에 다시 뒤엎게 됩니다. 내용이 굳은 다음에 넘기는 편이 전체 시간을 줄입니다.

02오늘 안에 필요할 때

한 시간 뒤 미팅에 들고 갈 자료라면 아무리 빨라도 외부에 맡길 시간이 없습니다. 이 경우는 손익 계산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03회사 밖으로 나가지 않을 때

내부 회의에서 한 번 띄우고 마는 자료에 디자인 비용까지 쓸 이유는 없습니다.

무엇을 말할지가 아직 안 정해졌으면 직접 만드는 게 빠릅니다. 세 가지 경우가 모두 이 기준 하나로 묶입니다. 디자이너에게 넘기는 건 말할 내용이 정해진 다음입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시안을 여러 번 돌릴 일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조합은 대표가 종이나 슬라이드에 내용을 거칠게 적어 넘기고 다듬는 일만 디자이너가 맡는 방식입니다. 문서 유형별로 이 분담이 견적을 얼마나 바꾸는지는 회사소개서·제안서 디자인 비용 글에 정리돼 있습니다.


넘기기로 했다면 확인할 것 — 언제 시작하고 언제 받나

대표는 낮에 다른 일이 있어 자료 만들기를 밤이나 주말로 미룹니다. 두 시간짜리 일이 나흘 뒤에 끝나는 이유가 대개 그것입니다. 직접 만들 때의 손익 계산에서는 착수까지 미뤄지는 이 시간이 또 빠집니다.

플로우웍스에서는 요청을 올리면 디자이너가 작업을 시작하기까지 중앙값 24분이 걸렸습니다(완료 업무 10,755건 기준). 네 건 중 세 건은 2시간 18분 안에 시작됐습니다. 납품까지는 앞의 표대로 배너 1.5일, 상세페이지 3.9일이 중앙값입니다.

금액을 미리 알 수 있는지도 같이 보셔야 합니다. 견적을 받아 봐야 아는 방식이면 손익 계산 자체를 요청 전에 할 수 없습니다. 플로우웍스는 업무 유형별로 크레딧 단가가 정해진 정찰제라서 요청하기 전에 얼마가 나갈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위 표의 중앙값도 그 정찰제로 실제 결제된 값입니다.

지금까지 플로우웍스에는 2,446개 고객사가 가입해 누적 11,313건의 업무를 완료했고 등록된 디자이너는 1,237명입니다. 완료 업무에 남은 고객 평가는 5점 만점에 결과물 품질 4.72점, 소통 4.81점, 마감 준수 4.88점(각 6,340건), 가성비 4.88점(1,800건)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제 시급을 얼마로 잡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두 값 사이에서 고르시면 됩니다. 하한선은 이번 달 급여로 가져간 금액을 실제 일한 시간으로 나눈 값입니다. 상한선은 그 시간에 원래 하려던 일 하나가 성사됐을 때 회사에 들어오는 금액을 성사 확률로 나눈 값입니다. 어느 쪽으로 잡아도 판단이 같게 나오는 결과물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두 값 사이에서 결론이 갈리는 결과물만 반복 빈도와 외부 노출 여부로 다시 보면 됩니다.

Q미리캔버스나 AI 도구로 만들면 손익분기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지 않나요?

배너·썸네일·카드뉴스처럼 틀이 정해진 유형은 그렇습니다. 손익분기 시간이 50분에서 1시간 40분이니 템플릿을 골라 문구만 바꾸는 수준이면 안에 들어옵니다. 상세페이지나 제안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초안까지는 빠르게 나오지만 제품 사진 보정, 구성 순서 조정, 사이즈별 재작업이 남고 그 뒷부분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듭니다. 어디까지가 도구 몫이고 어디부터 사람 몫인지는 상세페이지 기준으로 따로 정리한 글이 있습니다.

Q외주비가 부담스러운 초기 단계에는 직접 만드는 게 낫지 않나요?

현금이 빠듯하면 직접 만드는 게 맞는 구간이 있습니다. 다만 유형은 가려서 하는 게 좋습니다. 내부용 자료와 아직 방향이 안 정해진 초안은 직접 만들고 고객 결제 화면에 걸리는 상세페이지, 투자 심사에 올라가는 자료는 넘기는 순서를 권합니다. 잘못 만들었을 때 앞의 둘은 손해가 그 자리에서 끝나지만 뒤의 둘은 매출과 투자 결과로 이어집니다.

Q한 건씩 맡기면 매번 설명하는 시간이 더 들지 않나요?

처음 몇 건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람에게 이어서 맡길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플로우웍스에서는 한 번 작업한 디자이너를 다음 요청에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가이드를 한 번 등록해 두면 이후 요청에 자동으로 붙습니다. 두세 건이 지나면 설명 시간이 첫 건의 절반 아래로 내려갑니다.

Q직원이 만들게 하는 건 어떤가요?

계산식은 같고 시급만 바뀝니다. 마케터가 배너를 만든다면 그 시간에 원래 하려던 광고 운영이나 콘텐츠 기획이 밀립니다. 다만 대표보다 시급이 낮으니 손익분기 시간은 길어져서 직접 만들 만한 구간이 넓어집니다. 사람을 새로 뽑는 쪽과 건당 외주를 비교한 계산은 인하우스 디자이너 채용 비용 글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Q한 번에 여러 유형을 몰아서 맡길 수도 있나요?

가능합니다. 정기적으로 나오는 물량이 있으면 월정액 구독으로 크레딧을 미리 받아 두고 유형을 가리지 않고 꺼내 쓰는 방식이 있습니다. 라이트 12크레딧(월 33만 원), 스탠다드 30크레딧(월 82.5만 원), 프리미엄 80크레딧(월 220만 원)이고 모두 부가세 포함 금액입니다. 위 표의 중앙값으로 환산하면 라이트 한 달치가 배너 여섯 건이나 상세페이지 한두 건 정도입니다.

지금 직접 만들고 계신 것 중 무엇을 넘기면 되는지,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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